[윤성민 칼럼] '닮은 꼴' 트럼프와 이재명

입력 2022-09-12 17:34   수정 2022-09-13 00:1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미국 좌파 정치인의 대명사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비유되는 것을 좋아한다. 샌더스의 지적 분위기와 기득권 혁파론이 자신의 이미지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영화 ‘화씨 11/9’에서도 언급됐듯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과의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측의 선거 결과 조작 의혹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경선에서 중도 하차하고 힐러리 지지로 돌아섰다. 반면 이 대표는 당 안팎의 강한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선 패배 두 달여 만에 보궐선거에 나와 의원직을 꿰찼다.

여러 사람이 느끼듯 이 대표는 본인의 희망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닮은 구석이 무척 많다. 직설적 화법과 현란한 말 바꾸기 등 정치 언어에서부터 포퓰리즘 성향, 팬덤 정치, SNS 선전·선동술은 물론 도덕적 결함과 사법 리스크에 이르기까지 이런 데칼코마니가 없다. 무엇보다 둘은 성품에서 극도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가진 인물이다. 미국의 저명 심리학자·정신과 의사 27명이 저자로 참여한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에서 트럼프는 ‘악성 나르시시스트’의 표본이다. 그는 취임 첫 연설에서부터 4년 뒤 재선 출마를 언급할 정도로 머릿속에 자기 이익과 관련된 생각이 가득한 사람이다.

이 대표의 인천 계양을 출마 과정은 후일 밝혀진 대로 박지현 당시 민주당 비대위원장에게 후보 지명을 요청한 ‘셀프 공천’이었다. 지·보선 총괄선대위원장의 명분을 걸고 나왔지만, 선거 막판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어렵게 되자 지원 유세는커녕 ‘김포공항 이전론’으로 수도권 민주당 후보들을 초토화시켰다. 의원직에 이어 대표직까지 장악한 뒤에는 당헌·당규까지 고쳐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경우에도 당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는 겹겹의 ‘호신 장치’를 강구해 놓았다.

나치 괴수 히틀러와 괴벨스가 라디오라는 당시 뉴미디어를 통해 프로파간다를 일삼았듯, ‘트위터 정치가’ 트럼프와 늦은 밤까지 페이스북을 하다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한다는 이 대표 모두 SNS를 통한 팬덤 관리에 도가 튼 사람들이다. 정치인 팬덤과 연예인 팬덤의 가장 큰 차이는 증오의 언어에 있다. 이들은 SNS상에서 증오의 언어를 통해 지지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데 아주 능하다. 수많은 논란에도 이재명 지지층만은 왜 철벽인가. ‘개딸’들의 구미에 맞는 보수 기득권층 및 주류 엘리트에 대한 혐오적 발언들과 함께 선거라는 게임에서 이길 법한 가장 유력한 정치인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까지 닮은 꼴이 맞닿았다. 트럼프는 의사당 난동 선동, 회계 부정에 더해 기밀문서 불법 소지까지 5건의 민형사상 수사를 받고 있다. 두 배인 10건의 위법 의혹을 사고 있는 이 대표는 얼마 전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털다 안 되니 말꼬리 하나 잡았다”며 사안을 축소하지만,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거짓말이 죄가 되는 것은 재판에서 위증과 선거에서 대중을 향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다.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는 중대한 기망 행위라는 의미다. ‘자동차전용도로’를 ‘고속도로’로 표기한 것으로도 당선 무효형이 선고되는 마당에 대장동 관련 고(故) 김문기 씨에 대한 부인과 국정감사 때 국토부 협박 발언은 훨씬 중차대한 사안이다.

이 대표는 이미 경기지사 선거 때 형 이재선 씨 정신병원 강제 입원과 관련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받았다. 대법원(주심 권순일)에서 “TV 토론에서 한 답변은 즉흥적인 것으로 계획적인 연설과 다르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기교적 논리로 당선 무효를 면했지만, 거짓 답변을 한 사실은 모든 법원에서 인정됐다. 숱한 도덕적 결함과 더불어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말 바꾸기와 심지어 거짓말도 마다치 않는 유력 차기 대선 후보에 대해 우리들은 자식들에게 뭐라 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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